하늘은 땅의 바깥을 에워싸고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남극과 북극을 축으로 삼아 양극의 한가운데를 똑같이 나누어 하늘의 허리를 가로로 두른 것은 적도(赤道)가 된다. 천정(天頂)으로부터 적도까지의 거도(距度)는 곧 북극출지도(北極出地度)이다.

적도는 북쪽이 안쪽이 되고 음(陰)이 되며, 남쪽이 바깥이 되고 양(陽)이 된다. 비스듬히 적도와 교차하면서 절반은 그 남쪽으로 벗어나고 절반은 그 북쪽으로 벗어나는 것은 황도(黃道)가 되는데, 바로 태양이 한 해 동안 운행하는 궤적(軌跡)이다.

황도와 적도가 서로 교차하는 두 경계는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이 되고, 서로 떨어진 대거(大距 최대거리)는 동지(冬至)와 하지(夏至)가 된다. 칠정(七政)의 행도(行度)는 한결같이 가지런하지 않아서, 오로지 황도와 적도에 의거하여 추산과 측정의 근본을 삼는다. -

태양은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운행하며 적도의 남북을 드나들고, 태음과 오성(五星)은 각각 본도(本道)를 따라 동쪽으로 운행하며 황도의 남북을 드나든다. 그러므로 모두 황도와 적도를 근본으로 삼는다. -

대거(大距)의 수치는 옛날에는 24도를 넘지 않는다고 말하였는데, 원나라 사람 곽수경(郭守敬)이 측정한 것은 23도 90분 30초이다. - 지금의 도법(度法)으로 환산하면 23도 33분 32초이다. -

《신법산서(新法算書)》에 수록된, 서양 사람 제곡(谷)이 측정한 것은 23도 31분 30초이고, 《역상고성(曆象考成)》 상편(上編)에서 정해 둔, 창춘원(暢春園)에서 측정한 것은 23도 29분 30초이며,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에서 사용한 서양 사람 갈서니(西尼)가 측정한 것은 23도 29분이고, 도광(道光) 갑오년(1834)에 측정한 것은 23도 27분으로, 이는 옛날과 지금의 원근(遠近)에 대한 명확한 근거이다. 남북의 세차(歲差)에 대한 주장은 이 서태(利西泰)가 요강은 거론하였으나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살펴보면 아마도 이것을 말한 것인가 여겨진다.

[주D-001]천정(天頂) : 관측자를 지나는 연직선이 위쪽에서 천체와 교차하는 점. 아래쪽에서 교차하는 점은 천저(天底)라고 한다.

[주D-002]거도(距度) : 천정(天頂)과 적도(赤道) 사이의 각도로 곧 관측지의 위도가 된다.

[주D-003]칠정(七政) : 해〔日〕ㆍ달〔月〕과 금성ㆍ목성ㆍ수성ㆍ화성ㆍ토성을 일컫는 말이다. 칠요(七曜). 칠성(七星).

[주D-004]신법산서(新法算書) : 《서양신법역서(西洋新法曆書)》를 가리킨다. 《서양신법역서》에 붙은 ‘서양’이라는 말이 유럽 천문학에 반대하는 중국 학자들에게 지적을 받자 예수회 인사들이 책을 개정하면서 제목에서 ‘서양’이라는 말을 떼어버렸는데, 건륭제(乾隆帝) 때에 청나라 조정에서 이 책을 《사고전서(四庫全書)》에 넣으면서 황제 홍력(弘曆)의 이름자를 피하여 제목을 《신법산서》로 고쳤다.

[주D-005]제곡(谷) : 덴마크의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 근대 천문학의 창시자로 ‘신성(新星, Nova)’이라는 말을 창안하였고, 저명한 천문학자 케플러(Kepler)를 길러냈다. 제곡(第谷).

[주D-006]갈서니(西尼) : 이탈리아계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시니(Jean Dominique Cassini. 1625~1712). 토성 근처에서 4위성을 발견했고 토성의 고리에서 카시니간극을 발견하였고, 행성의 공전궤도에 대해 케플러의 타원에 대응하는 난형(卵形)을 주장하였다.

[주D-007]세차(歲差) :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차점이 매년 황도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여 춘분점과 추분점이 조금씩 앞당겨지는 현상.

[주D-008]이 서태(利西泰) : 명나라 말기에 중국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hieu Ricci, 1552~1610), 즉 이마두(利瑪竇)를 이른다. ‘서태(西泰)’는 그의 호(號)이다.